블랙미러

돌아올게(Be Right Back)

dodogcat 2022. 2. 26. 10:49

스토리

사이 좋은 부부인 애쉬(도널 글리슨[41] 扮)와 마사(헤일리 앳웰[42] 扮)는 애쉬의 옛 집에서 살기 위해 이삿짐을 끌고 온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애쉬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낸다. 어머니는 골치 아프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다락방으로 관련된 물건들을 치워버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릴 때 죽은 그의 형제인 잭과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또한 그렇게 다락방으로 갔다는 이야기였다. 그날 밤 둘은 섹스를 하는데, 애쉬가 제대로 일을 치르지 못했고 마사는 괜찮다고 그를 다독인다.[43]

다음 날 아침 렌터카를 반납하러 집을 나간 애쉬가 돌아오지 않고 렌터카 업체에서도 아직 차가 반납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사는 불안해하고, 결국 그 날 밤 집으로 경찰이 찾아와 사고와 남편의 사망 소식을 알린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상을 추스르던 마사는 애쉬에게서 메일이 왔음을 확인한다. 장례식장에서 친구가 '괴로움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며 말을 꺼냈던 어떤 서비스에 자기 이름으로 가입을 했다는 걸 확인한 마사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화를 낸다. 단순히 이름을 사칭한 사기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마사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건 고인이 된 인물이 생전에 온라인에 올렸던 모든 자료를 수집해 그 인물과 정말로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AI 챗봇 서비스였다. 그래도 그것이 진짜는 아니라며 서비스를 거부한 마사. 하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44] 외로움과 괴로움 끝에 친구가 대신 가입해 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서비스는 정말로 애쉬가 살아 돌아와 말하는 것 같을 정도로 정교했고, 마사는 자신이 가진 동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전송해 단순한 채팅이 아니라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하루 종일 애쉬와의 전화를 놓지 않는 마사. 검진을 받으러 산부인과에 간 날, 아기의 심장 소리를 녹음해 애쉬에게 들려주는 중 실수로 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너를 떨어뜨려서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리는 마사에게 애쉬는 새로운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권유한다. 그건 바로 애쉬의 모습으로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에 서비스를 전송시키는 것이었다. 인형을 주문받아 욕조에서 보존용 영양 젤을 사용해 씻기고 휴대폰에서 인형으로 서비스를 전송하자 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욕실에서 '걸어나온' 인형은 애쉬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닮아있었다.[45] 그날 밤 마사는 애쉬의 모습을 한 인형과 섹스를 하는데, 생전의 실제 애쉬와 달리 인형은 지나치게 능숙했다.[46]

애쉬가 살아 돌아오다시피 한 일상, 행복한 날이 앞으로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흘러가진 않았다. 미묘한 부분에서 점차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먹지도, 마시지도, 자거나 숨을 쉬지도 않은 인형의 모습에 마사는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입력된 데이터 외의 정보는 모르기에 마사의 언니가 다녀간 것을 보고 '친구는 무슨 일이야?'라고 물어오기도 했고, 본래 폰에 집중하면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못 듣거나 건성으로 대답할 정도의 중증 폰 중독자였던 애쉬와는 달리 인형은 기본 세팅인지 시종일관 마사에게 친절하게 굴기까지 했다.

즉 아무리 실존 남편의 메세지나 음성으로 최대한 그를 닮은 인공지능을 구현하려고 해도 결국 시스템이 알지 못하는 부분까지 구현하는건 불가능 하기에 완전한 자신의 남편이 아니라 그저 '남편을 따라하는 존재'라는 위화감이 계속 심해졌던 것.[47]

결국 가짜와 진짜의 차이를 견디다 못한 마사가 화를 내고 나가라고 소리치지만 인형은 그녀의 화를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었고, 마사가 '애쉬라면 나랑 싸웠을 거야!'라고 소리치자 '기록보관소에는 욕설도 기록되어 있어. 원한다면 널 모욕할 수도 있어.'라고 대답하는 인형을 보고 그녀는 무언가를 결심한다.

생전의 애쉬와 몇 번 갔었던 절벽으로 인형을 데려간 마사. 이곳은 과거 애쉬가 '연인들의 자살 명소'라며 마사에게 농담을 한 적이 있었던 곳이었다.
넌 그냥 잔물결일 뿐이야. 너한테는 과거가 없어. 애쉬가 생각 없이 했던 행동들을 흉내내는 것뿐이야.
마사는 인형에게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라고 지시한다. 인형은 순순히 알았다면서 뛰어내리려 하고, 마사는 "애쉬라면 그렇게 뛰어내리지 않았을 거야. 화내고 무서워하면서 울었을 거고…"라며 마지막 울분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 말을 명령으로 알아들은[48] 인형은 "죽기 싫어. 뛰어내리라고 하지 마."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마사는 그런 인형의 모습을 보고 '이건 너무 불공평해'라고 절규한다.

시간이 흘러 마사는 인형을 처분하지 못해 다락방에 넣어버리고 인형은 마사의 딸이 대신 가져다 주는 생일 케이크를 받으며 끝난다.[49] 다락방은 애쉬의 어머니가 애쉬의 형제와 아버지가 죽자 그 사진과 그들을 기억할 수 있던 물품을 옮겼던 곳으로서 애쉬의 SNS 기억을 담은 인형 또한 애쉬가 죽은 이상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닌 다락방에 보관해야 했던 것. 초반에 애쉬가 했던 말이 복선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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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다른 에피소드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 오히려 꽤 슬픈 작품이다. 또 주로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블랙 미러의 상당수 작품과는 다르게 상당히 애매한 결말을 맞는다.

여담이지만 죽은 사람들 인공지능 챗봇 되살린다는 시도는 이후 현실에서도 시도되었다. 2017년 러시아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루카의 설립자인 쿠이다가 친구 로만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로만과 나눴던 대화를 모두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그를 챗봇으로 구현한 사례가 있었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면, 2020년 국내 MBC에서도 'VR휴먼다큐멘터리 - 너를 만났다' 에서도 죽은 사람을 VR로 구현해 만나게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2021년 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죽은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죽은 사람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챗봇을 만드는 특허를 미국 특허청에 출원하기도 하였으며,# 7월에도 조슈아 바흐보우란 남성이 8년 전 사망한 약혼자 제시카 프레라를 인공지능 챗봇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21 '희수'도 비슷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쪽도 인공지능 + VR로 죽은 딸을 복원시키는 이야기인데 챗봇이 아닌 VR 이라는 점에서 MBC의 너를 만났다에서 모티브를 따온듯 보인다.

사운드트랙 담당은 빈스 포프(Vince Pope).

 

후기

일단 인공지능을 조금 똥같이 만들었다. 잘 때의 모습은 if문을 써서라도 자연스럽게 하는 게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물론 sns 데이터로는 어떻게 자는지 없겠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데이터가 없어도 만들었어야 하지 않나... 사람이 아니라는 의도를 전하는 장치로써 훌륭히 작동했다고 본다.

 

남자 친구와 통화하다가 핸드폰을 떨구고 우는 장면이 있는데 죽은 사람을 다시 잃을까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해봤자 화면이 나간 거나 아니면 온라인에 데이터가 있는데 왜 이리 지랄 발광을 하는지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아쉽긴 했지만 여자의 행동이 잘못된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부활한 남자를 인공지능처럼 학습을 시킨다. 이전에 모르던 정보를 넣고 행동들을 규정한다. 여기서 인공지능의 시선, 즉 남자의 시선으로 볼 때 자신이 불완전한 것을 알고 맞춰주려 하는데 자꾸 다르다 하면 매우 슬플 거 같다. 만약 남자가 죽지 않고 기억을 일부 잃은 거라 생각하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여자는 남자가 이미 죽은 것을 알고 자신의 기억 속의 사람을 만드려 한 것인데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본다면 가스 라이팅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너무 인공지능을 사람으로 보는 관점인 것 같다. 나는 이 정도의 육체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면 인공지능도 충분히 좋게 만들 거고 겉이 사람이기에 사람의 감정에 대해 생각한 것인데 인공지능 기술이 별로라면 여자의 상황이 잘 이해된다.

 

나도 친구를 잃으면 챗봇으로 부활을 생각은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자기 만족이 목표인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다른 에피소드의 그레인 이상으로 기억과 감정마저 저장하고 그 기록을 학습을 해야 그 사람에 대한 부활이 온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