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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베어(White Bear)블랙미러 2022. 2. 26. 11:10
스토리
텅 빈 집 안에서 눈을 뜬 한 여자.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있고 바닥에는 약이 흩어져있을 뿐,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나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심한 두통에 비틀거리며 집 안을 둘러보지만 TV에는 위의 사진의 심볼만이 떠 있다. 집 안 내부를 살피던 여자는 벽에 걸린 달력에 1일부터 17일까지 X자로 체크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인 듯한 소녀의 사진을 챙겨들고 집 밖으로 나서지만 거리 또한 음산하게 비어 있다. 집집마다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창가에 서서 그녀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기만 할 뿐, 도와달라는 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갑자기 자동차 한 대가 와서 멈추더니 위 심볼이 그려진 발라클라바를 뒤집어쓴 빨간 제복의 남자가 엽총을 들고 내린다. 위협을 느낀 여자는 재빨리 도망치고 엽총남은 그녀를 뒤따라간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도 거리로 나왔지만 여전히 도와달라는 절규를 무시한 채 촬영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도망가던 여자는 주유소에서 허름한 차림의 어느 남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매점에 숨은 후 다시 도망치지만, 그 과정에서 도망자 중 남자가 엽총남에게 사망한다.
여자가 처음 깨어났던 집으로 도로 도망쳐 잠깐 숨을 돌리는 두 사람. 도망녀는 어느 날 갑자기 TV, 인터넷, 휴대폰에 저 심볼이 나타난 후로 사람들은 외부의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구경꾼'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심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도 일부 있었는데, 그 중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서 '사냥꾼'이 되었고, 구경꾼들의 휴대폰에 찍히는 것을 보고 목표물이 있는 곳으로 쫒아올 수 있다고 한다. 무언가 기억이 날 것 같으면서 나지 않는 여자.
그 때, 집까지 따라와 촬영을 하는 구경꾼에게 화가 난 여자는 돌을 던져 그들을 쫓아내고 떨어트리고 간 휴대폰을 주워드는데, 도망녀가 달려와 그걸 보면 위험하다면서 전기충격기까지 꺼내가며 말린다. 그럼에도 여자는 휴대폰을 봐버리는데 순간 단편적인 기억들[50]이 잠깐씩 떠올라 두통이 심해진다.
다시 나타난 사냥꾼들에게 쫓겨 도망치던 두 사람은 운 좋게도 둘처럼 심볼의 영향을 받지 않은 어느 남자를 만나 차를 얻어탄다. 여자는 이 와중에 무언가 기억나는 듯 남자를 보고 '어디선가 봤다', '당신을 안다'고 하거나 안전지대로 간다는 말에 '숲이요?'라고 대답하거나 하지만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한다. 도망녀는 '화이트 베어 송신소'라는 곳을 파괴해 이 지역의 심볼 신호를 끊는다는 계획을 제시하지만 남자는 그곳까지 차를 태워주길 거부한다.
그런데 신호가 닿지 않는 안전지대인 숲에 잠깐 차를 세우고 휴식을 가지는 사이, 남자는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 둘을 위협한다. 그도 사냥꾼이었던 것. 남자는 숲 속 어느 곳에 사람들의 시체가 나무에 십자가 꼴로 걸려있는 마굴 고문장으로 둘을 끌고 가는데, 잠깐 방심한 사이 도망녀는 도망가버리고 화가 나 여자를 통나무 줄기에 단단히 묶어놓은 뒤 드릴로 위협하기 시작한다. 구경꾼들도 어느새 따라와 주위에 하나둘 모여들어 휴대폰 촬영을 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절체절명의 순간, 도망녀가 다시 돌아와 놓여있던 총을 집어들고서 남자를 죽이고, 다시 와줘서 고맙다는 여자의 말에 '가방을 되찾으러 왔을 뿐'이라고 쿨하게 대답한다. 이 후 둘은 함께 화이트 베어 송신소로 향한다.
밤이 돼서야 도착한 송신소 앞에서 여자는 무언가 기억이 떠오르는 듯 '그곳에 들어가선 안 돼'라고 말하지만 스스로도 혼란스럽기에 결국 재촉하는 도망녀를 따라 들어간다. 통제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려던 찰나, 사냥꾼 두 명이 둘을 덮쳐온다. 사냥꾼 하나는 총을 겨누어 여자를 위협하고 다른 하나는 줄톱을 휘두르며 라이터를 들고 있는 도망녀를 제압하려 한다. 그 때 여자는 용기를 내어 사냥꾼의 총을 빼앗아 휘두르고는 그를 겨냥해 총을 쏘는데…
총알이 아니라 '파티용 축포'가 발사된다. 어안이 벙벙해진 여자 뒤로 송신소의 벽이 갈라지더니, 무대와 함께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게다가 사냥꾼 둘과 도망자 남녀가 마치 연극처럼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아까의 숲속남은 메인 진행자처럼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들은 여자를 의자에 앉히더니 양 손목과 발목을 결박시킨후 숲속남이 이제 당신이 누군지 알려주겠다며 의자를 뒤로 돌렸다. 그러자 무대 조명이 꺼지더니 뉴스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51]
여자의 이름은 '빅토리아 스킬래인'. 그녀는 약혼자 '이안 래녹'과 함께 어린 여자아이 '제마이마 사익스'를 집 근처에서 유괴했다. 제마이마 부모의 간청으로 대대적인 경찰 수색이 시작됐지만 몇 개월간 나온 단서라고는 집 근처 3km 거리의 도로변 비상 대피 구역에서 발견된 아이의 '하얀 곰 인형'이 전부였다. 이후 곰을 토대로 아이의 흔적을 찾다가 한 숲속에서 침낭에 싸인 채 불태워진 상태로 버려져 있던 제마이마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스킬래인의 휴대폰에서 제마이마를 학대하고 끔찍하게 살해한 영상[52]이 발견되면서 둘은 체포됐다.
스킬레인은 자신은 래녹에게 세뇌당한 것이라고 항변했 배심원단과 판사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스킬레인을 유례없이 사악하고 해로운 존재라고 표현하면서 피해아동의 고통을 열정적으로 즐긴 관중이었고 자신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했기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 래녹은 감옥에서 자살하자 재판을 회피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고 공범 스킬레인이 같은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즉, 이 모든 일은 실제가 아니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약혼자 탓으로만 돌리는 스킬레인을 사형보다 더 효과적으로, 더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53] 처벌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든 대중들은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촬영을 해대고, 화형 직전의 마녀처럼 끌려나가는 그녀에게 증오의 말을 던지고 오물을 투척한다.
뉴스 영상이 끝나자 스킬레인은 잘못했다고 오열하지만 숲속남은 거짓 눈물은 역겨우니 울지 말라고 했다. 관중들 역시 그녀를 "살인자"라고 맹비난했다. 숲속남은 상황이 바뀌니 기분이 어떻냐고 물었다. 하지만 스킬레인이 대답하지 않자 사람들에게 다시 스킬레인을 처음 장소로 데려가라고 지시힌다. 그렇게 스킬레인은 처음 깨어났던 집으로 다시 이송된다. 손목에 감긴 붕대는 자살 시도의 흔적이 아니라 결박한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감은 것이었다. 또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약 역시 진행자가 자살 시도를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뿌려둔 것. 스킬레인은 차라리 죽여달라고 하지만 진행자는 '항상 그렇게 말하더군'이라며 무시한다. 그리고 기억을 지우는 헤드셋 비슷한 장치를 씌우고 TV로 그들이 제마이마를 죽이는 모습을 찍었던 영상을 틀어준 후, 집을 나가기 전에는 벽에 걸린 달력의 18일에 새로운 X자 표시를 하고 나간다.[54] 스킬레인은 머리에 씌워진 기억 제거 장치가 작동하자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울부짖는다.
이후 엔딩 크레딧이 나오며 세트장의 비밀이 밝혀진다. 세트장은 '하얀 곰의 정의 공원'이라는 공원이었고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구경꾼들은 공원에 놀러온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공원에 가기전, 안내소에 모여 직원들에게 주의사항을 전해들었다. 첫번째, 말하기 금지. 스킬레인과 대화하는건 말할것도 없고 시민들끼리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였다. 스킬레인이 사람들이 모두 정신나간것으로 믿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거리 유지하기. 스킬레인은 위험인물이기 때문에 탈출한 사자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직원들이 테이저 총으로 제압을 하며 쇼는 중지된다고 했다. 그래서 적어도 3m 밖으로 거리를 두고 정 가까이서 보고 싶으면 카메라 줌 기능을 이용하라고 한다. 마지막은 바로 마음껏 즐기기였다. 사진도 찍고 숲속을 돌아다녀도 되지만 조심하라고 주의한다. 규칙 설명이 끝나자 숲속남이 이제 쇼를 시작하자고 한다.
이어 스킬레인이 등장하기 직전의 상황도 나온다. 직원들은 태연하게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총에 맞아 죽은것처럼 보였던 직원 역시 스킬레인이 가자마자 곧바로 깨어났다. 그리고 어제와 똑같은 내용으로 오늘도 '마녀'는 다시금 고통받는다.
인터넷 시대에 사람들이 '범죄자에 대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다. 결국엔 대중들도 빅토리아가 제마이마에게 한 짓과 비슷하게 한 사람이 고통받는 것을 카메라로 찍고 즐기면서 쾌감을 얻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들이 정말로 범죄자를 심판하고 싶어하는지, 혹은 그저 범죄자임을 핑계 삼아 또다른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이 부분에서 또다른 시사점이 던져지는데, '기억이 지워진 여자는 엄밀히 말해서 범죄를 저지른 여자와 동일인이라고 볼 수 있는가?', '만약 동일인이라 볼 수 없다면 시청자들이 행하는 이러한 마녀사냥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문제. 물론 흉악 범죄자는 저 정도 당해도 싸다고 속시원해 하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도구로 사람을 범죄자에서 평범하게 바꿀 수 있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다. 해석은 자유.
마지막 결말을 알고 드라마 내용을 곱씹어보면 은근히 복선이 깔려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주유소 편의점에서 총을 쏘지 않고 개머리판으로 유리를 깨는 사냥꾼,[55] 샷건을 바로 앞에서 맞았는데 입에만 피를 조금 흐르고 배는 멀쩡하며, 즉사하기는커녕 비틀거리며 걸어나오다가 죽는 남자, 남자의 죽음에 아무 감정적 반응이 없는 여자, 스킬레인이 구경꾼의 휴대폰을 보려고 하자 그냥 말리는 것도 아니고 다급하게 전기충격기를 꺼내드는 여자,[56] 실제론 상해를 입히기 어려운 전동 드라이버를 가지고 위협을 하는 숲속남, 너무 어설프게 도망녀를 놓치는 숲속남 등.
사운드트랙 담당은 존 옵스타드(Jon Opstad).후기
지금 생각하면 이와 비슷한 내용의 주제가 있는데 범죄자에 대한 인식이 핵심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기억을 지우고 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는데 기억이 없는 사람도 몸뚱아리는 같은 사람이니 고통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이 없으면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은 만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설정이다. 이런 사람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아주 근본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억을 가진 상태여야 처벌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내가 피해자라면 뻔뻔한 가해자의 모습에 분노가 생길수 있다. 현재로써는 기억이라는게 명확히 확인이 불가하니 있던 없던 처벌하는게 맞다고 본다. 아니면 음주운전 가해자들이 기억이 없다고 지랄하는걸 막을수 없다.
이들의 처벌을 사업화한 것은 혁신적이지만 이들을 보면서 즐거워 하는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위키는 인터넷 시대를 생각하면 현실과 멀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이들은 명백한 범죄자를 괴롭히며 즐거워 하지만 인터넷에 작은 의혹이 생기면 바로 욕하는 우리가 더 안좋을 수도 있다. 명백한 범죄자라고 욕하는 것도 고민해야할 문제로 보이지만 항상 현실이 더 안좋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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